안녕하세요? 건강한 겨울을 나고 계신가요? 올해는 그 유명한 몽골의 추위가 예년에 비해 더 강할 거라며 현지인들도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추위에 너무나도 소극적인 저는 철저히 몸조심하며 건강하게 지내고 있답니다.
너무나 오랜만에(1년 만이지요?) 편지로 인사를 드리게 되어 ‘어떤 소식부터 전할까’ 조금 설레며 글을 이어갑니다. 그래도 제일 먼저는, 가장 기쁜 소식부터 전하는 것이 옳겠지요..?
벌써 내년 2월 24일이면, 2년간 몽골에서의 임기가 종료되어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입니다. 그런데 임기종료를 앞둔 요즘, 몽골에서의 남은 소망을 포기할 수 없어 7개월간의 계약연장을 신청하여 몽골 사무소에 이어 한국 본부의 최종 승인을 받았습니다!
지난 학기에는 현지 교사들에게 한국에서의 수업 방법을 교육하기 위해, 각 교실에서 생활주제 및 프로젝트 접근방식의 수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본원의 학부모(2011년 11월)와 인근 솜(우리나라의 면단위) 지역 교사들(2011년 11월, 2012년 2월)을 대상으로 한국의 수업 방법을 우리 유치원에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교육사례를 발표 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모의 수업을 진행함으로써, 지역 교사들의 재교육과 학부모들의 의식전환의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이번 학기는 체육교육을 시작하였습니다. 유아 시기는 일생 중에서 두뇌의 발달과 신체의 발달이 가장 활발한 시기입니다. 그리고 이 시기의 지능과 신체발달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운동의 발달이 지연되면 학교생활에서 경험하는 학습장애의 가장 큰 원인이 됩니다. 그런데 몽골에는 체육교구 개발의 부재로 인해 체육 수업이 올바르게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여러 가지 방법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신체발달 프로그램 교구를 구매해 우리 유치원의 모든 반에서 수업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 유치원에서는 제가 귀국한 후에도 이 체육교육을 지속할 수 있도록 현지 교사 중 전문 체육교사를 양성하는 목적으로 저의 수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이 체육교육 보다 먼저 계획하고, 더욱 중점을 두고 있는 일이 있습니다. 추운 겨울이 길고 그 외의 계절에는 황사 바람이 심한 몽골 기후의 특성상, 바깥 놀이를 하지 못하는 몽골의 어린이들은, 신체발달은 물론 정서적 안정마저 올바르게 이뤄지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한국에서 온 제 마음에는 가장 큰 근심거리였습니다.
그래서 ‘바깥에서 놀 수 없으면 실내에서라도 놀 수 있게 하자’라는 생각으로, 한국의 유료 실내놀이터 시설을 우리 유치원에 설치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국에서 3개월여의 치료기간을 갖게 되었고, 돌아와서는 또 다른 증상으로 몽골 수도에서 한 달여의 치료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제서인 올 9월에, 미리 써 두었던 “사업 활동 계획서”를 보완해 몽골사무소에 직접 들고 가 보여드리고, 부소장님의 권한으로 사업추진과 계약연장을 구두승인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본부 규정에 따라 귀국 2개월 전인 12월에 정식 서류를 제출해 계약연장승인을 받게 된 것입니다.
사실 사업 활동도 본부규정에 따라 서류 제출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지만, 9월부터 끊이지 않는 준비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KOICA에서 실내놀이터 구축 사업은 제가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 자료가 될 만한 사례가 없었고, 몽골의 중계업체 발굴에서부터 중국의 놀이터제작회사와의 협의 또한 다 제 몫 이었으며, 그리고 무엇 보다 ‘실내 놀이터 구축’이다보니 건축 공부를 전혀 해보지 않은 저에게는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스러운 사업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말씀을 묵상하는 가운데, “하나님은 그가 기뻐하는 자에게 지혜와 지식과 희락을 주시나...”(전 2:26)라는 말씀으로 감동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딸인 저에게 지혜를 주시고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을 붙여 주시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이루면서 진정한 희락을 맛보게 해 주세요”라는 기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이미 제 옆에는 마음 가장 가까이에 건축을 전공한 친구가 있었고, 그의 가까이에는 실무 업체도 있어서 실질적인 조언과 도움으로 이제까지 준비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사업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준비하는 기간 동안 참 여러 가지 시험이 있었습니다. 먼저는, 실내놀이터 사업을 제가 처음 계획 하는 것이다 보니, 기존의 실외놀이터 사업을 진행한 단원이 참 어이없는 말로 저를 모함한 적도 있고, 어깨 넘어 제 사업 계획 소식을 들은 현지 교사들은 사업 내용의 일부를 반대하고 나섰으며, 도내 정치적인(사회주의의 잔재) 문제로 유치원장이 갑자기 해고된 것이 감정싸움으로 이어져, 새로 부임해 제 사업을 응원하던 원장을 사업하기 싫어지게 만들기도 했으며, 원거리 출장 다니며 애써 발굴한 수도의 중계업체는 엄청난 수수료를 제시해 사업계획서 제출도 하지 못할 상황에 까지 끌고 갔더랬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상황이 깨끗해짐으로, ‘이 일은 하나님이 하신다.’는 분명한 확신을 얻게 되어, 서류 제출도 하지 않은 지금이지만, ‘분명히 잘 될 일’이라는 막무가내의 자부심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를 모함하던 단원은 표면적인 사이에서 마음 깊은 사이가 되었고, 전체 교사 대상으로 교사 설명회를 열어 오히려 현지 교사들의 응원을 받았으며, 사업을 하지 않겠다며 놀이터 설치할 공간을 교실로 만들려던 원장님은 사업비용 중 유치원 부담 분인 30%의 공사비용에 대한 견적서 작업을 진행하고 계시며, 못된 중계업체는 이제 끊어버리고 중국의 제작업체와 직접 메일로 협의하면서 새로운 중계업체와 또한 협의하고 있습니다.
우리 유치원은 삼십 여년 전에 러시아에서 지은 건물이라 도면도 그 시대의 러시아식으로 제도 되었는데, 언어를 떠나서 도저히 읽을 수가 없어 모양만 본뜨고 직접 치수를 재어 다시 그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사 직전 즈음인 지금은 허물기로 했던 벽이 허물 수 없는 벽으로 돌변해 버리고, 없던 기둥이 숨어있고.. 한 주 걸러 하루 제게는 큰 일이 터지곤 한답니다. 하지만 ‘이 일은 하나님이 하고 계신다’는 확신이 이미 제게 주어졌기 때문에, 평안한 가운데 그 분이 주시는 지혜를 순간순간 잡아 지혜롭게 대처하고 있답니다. 할렐루야!
[ 이제 기도부탁을 드리겠습니다. ]
1. 사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원하시며 직접 일하시고 계신다는 믿음에서 흔들리지 않게 하소서. 2. 하나님께서 붙여주신 동역자 들과의 협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일이 순조롭게 하소서. 3. 이 “더르너드 14번유치원 실내놀이터구축 사업”이, 몽골의 어린이들이 세계 어느 나라의 어린이들과도 차별되지 않고 그 시기에 누려야할 기본 권리를 충분히 누려 세 시대의 일꾼으로 자라는데 밑받침 되는 일이 되게 하소서. 4. 사업의 협의와 진행과 마무리하는 저의 모든 모습에서, 이 곳 몽골 사람들에게 그리스도를 보일 수 있도록 늘 깨어있게 하소서. 5. 저의 게으름이나 건강의 부주의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에 영향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시고, 준비기간 포함 긴 사업 진행 시간 동안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굳게 붙들어 주소서. 6. 남은 임기 2개월과 7개월간의 연장기간 동안: 전문인으로서 거듭나며 신앙인으로서 성숙해지며, 주님이 기뻐하는 신부 감으로 준비되어지게 하소서. 7. “무엇보다 시급한 일은 주님과의 교제”라는 우선순위가 변하지 않게 하소서.
2012년 2월 21일 몽골에서 탁혜경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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