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샬롬!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 사이에 발생한 속초-고성 산불 피해 소식은 전국적으로 큰 뉴스가 되었습니다. 2 재의 수요일로부터 시작해서, 부활주일 전날까지 주일을 제외한 여섯 주 동안 그리스도인들은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그리스도인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사순절 다섯 번째 주일을 앞두고 큰 재난이 발생했습니다. 3.특별히 올해 사순절 기간에는 속초 고성 산불로 인해 온 국민이 가슴 졸였던, 그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우리들에게 ‘그리스도인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물어보게 됩니다.
4.지난 목요일 오후에 저는 연구차 서울에 있었습니다. 원래는 금요일 저녁에 속초로 내려올 예정이었는데, 교회에 장례가 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입관예식을 준비하기 위하여, 일정을 마무리하고, 서둘러 속초로 내려오기로 했습니다.
5.부지런히 서울-양앙고속도로를 타고 속초로 내려오는데, 동홍천 IC를 지나가면서 갑자기 제 마음속에 '동홍천IC'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동홍천IC를 빠져나와, 44번 국도를 타고 속초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인제 근처를 지나는데 인제대교 못미쳐 한 야산에서 큰 연기가 치솟는 것이 보였습니다. 하늘에는 소방헬기가 계속해서 날라다니는 것을 보면서 '인제에 산불이 났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불이 난 곳 가까이 지나가며 보니, 온동네가 연기로 가득하고, 도로변으로는 불꽃이 날아다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바람이 불면서 쉽게 진화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그런데 미시령터널을 내려오면서 보니까, 인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바람이 부는 겁니다. 뉴스를 들어보니 초속 30미터에 이르는 태풍 같은 바람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바람을 맞으면서, '오늘 속초바람이 엄청난데...오늘 같은 날 속초에는 산불이 나면 큰일인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7.그런데 저녁 7시 50분 경에 갑자기 재난경고 문자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토성면 원암리 394-4 산불 발생, 바람꽃마을 끝자락 연립주택 인근 주민들 대피바랍니다'라는 긴급 문자를 시작으로 몇 분 간격으로 계속해서 불길이 번지고 있다는 문자를 받게 되었습니다.
8.순간 인제에서 보았던 산불이 생각이 나서, 즉시 교직원 전원 교회로 소집하도록 연락하고, 8시까지 교회로 나와 피해 상황을 주시했습니다. 쉬지않고 경고문자가 울리는데, 내용은 ‘산불이 점점 속초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으니, 대피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지체없이 우리 교회 교우 여러분에게 긴급 문자를 보냈습니다. '대형 산불로 인해 긴급대피하신 분들은 교회로 오셔서 함께 기도하자'라는 문자였습니다.
9.그런데 순식간에 산불이 장천을 거쳐 7번 국도 아래까지 내려온 겁니다. 시뻘건 산불이 진로교육원 뒷쪽, 명지아파트, 현대아파트 뒷쪽으로 맹령하게 번져나가기 시작하면서 속초 하늘이 온통 뻘건 연기로 가득하며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교회에서 보낸 문자를 받으시고 처음에는 한 두 분이 찾아오셨는데, 점점 많은 분들이 찾아오시는 겁니다. 우리 교우가 아닌 분들도 오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한 시간 만에 150여 명이 모였습니다.
10.정말 그 순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바쁠수록 기도하라는 말씀을 떠올리며, '하나님,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라며 기도했습니다. 응답이 왔습니다. ‘철저히 준비하고 기도하라’는 겁니다. 그래서 곧바로 장로님들께 협의한 후 긴급재난 시스템으로 전환을 했습니다. 장로님들께서는 구호물자를 준비하시도록 부탁을 드렸습니다. 관리집사님께서는 밀려드는 분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엘림홀, 영유아부, 유치부, 유년부 4개의 방을 개방하고, 필요한 침구류를 비치 하도록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젊은 집사님들께는 의자, 책상을 나르고, 따뜻한 물을 비롯해서 필요한 물품들을 준비하도록 부탁을 했습니다. 얼마나 훈련이 잘 되어있는지, 각자 맡은 임무를 일사분란하게 하시는데, 정말 놀랐습니다. 순식간에 속초중앙교회가 가장 안전하고, 따뜻한 대피소가 되었답니다.
11.저는 그 시간에 목양실을 상황실로 개방하고, 각 교구목사님, 구역장님들을 통하여 구역의 현황을 파악하도록 부탁했습니다. 연락한지 몇 분 만에 여기 저기서 교우들을 통해 각 지역의 피해 소식이 생방송으로 중계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어느 집에 불길에 싸였다...어느 분은 집을 버리고 대피하셨다...어떤 분은 가족들은 대피시키고 아빠만 남아서 불을 피해보려 애쓰고 있다...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12.오후 9시를 넘어서면서 도저히 이대로 있으면 안될 것 같아서, 저는 상황실을 부목사님들께 맡기고, 성경책을 들고, 기도회를 인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찬송하고, 통성으로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목사님들은 실시간으로 상황을 저에게 전달해주셨고, 우리는 아무개 집사님이 불 속에 고립되었다...아무개 집사님 집에 불길이 5미터 앞까지 다가왔다...어느 집사님댁은 불이 붙기 시작했다...이런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해드리며, 중보기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그날 갈릴리의 광풍을 잔잔하게 하신 주님께서 지금 이곳에서도 역사하시어, 속초의 광풍을 잠재워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13.아주 오래 전입니다만, 제가 소대장 시절에 산불 진화하러 나갔다가 죽는 줄 알았습니다. 소나무숲에 불이 붙은 것을 보고 정말 놀랜 적이 있습니다. 그때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그냥 산불도 끄기 힘든데, 이렇게 강풍이 불면, 우리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끌 수가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날 산불이 속초에 있는 아파트로 옮겨 붙기라도 했으면 이건 상상하기도 싫은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시는 것처럼 속초에는 고층아파트 화재를 대비한 고가사다리가 없습니다. 설령 있다 해도, 그날 그 바람에는 사다리를 세우지도 못했을 겁니다. 결국 우리는 기도 외에 할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오후 9시 반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있는 힘을 다해 합심하여 기도를 했습니다.
14.그런데요 그날 밤에 우리는 기적을 경험했습니다. 우리가 부르짖고 기도했던 그 시간 이후로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식이 기적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고립되었던 집사님이 빠져 나왔습니다...불이 붙은 줄 알았는데 불길이 지나갔습니다...갑자기 바람이 잔잔해져서 불길도 사그라지고 있습니다’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새벽 4시쯤에 교통통제가 풀리면서 정호길집사님 도움으로 미시령로를 따라 한화 콘도까지 다녀왔습니다. 또 계대윤 목사님은 용촌, 인흥리를 다녀왔습니다. 그렇게도 거세던 바람이, 순식간에 잔잔해졌습니다. 분명 일기 예보에 며칠 동안 바람이 분다 했는데...저는 이것이 하나님의 은혜인줄로 믿습니다.
15.금요일 새벽에 불이 꺼져간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많은 분들이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래도 꽤 많은 분들이 남으셨는데, 권사회에서는 이분들을 위해 조찬을 대접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감동을 받을 정도로 잘 대접해드렸습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시고 한분 두분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감사하게도 속초에 사시는 분들은 한분도 되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마치 노아가 방주에서 날리 비둘기처럼 마른 땅을 찾아 각자 처소로 돌아가신 줄로 믿었습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속초 지역은 괜찮은데 고성 지역에 사시는 교우분들 가운데에는 산불 피해를 입은 가정이 많았습니다. 성천리에 사시는 탁학원집사님(김연옥권사님)의 집, 김미자집사님의 집, 인흥리에 사시는 신옥주권사님과 김정식집사님의 집, 김은길장로님과 홍길원권사님의 집, 그리고 원암리에서 펜션을 사업하시는 이영도집사님(최미경집사님)의 사업장이 완전히 불에 타서 폐허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밖에도 우리 성도들 중에 가옥의 일부가 파손되거나 소실된 가정들이 있었습니다.
16.또한 안타깝게도 특히 장사동에 있는 '영동극동방송' 사옥이 전부 불에 타버렸습니다. 그 건물 2층을 사용하던 '속초농아인교회'도 완전히 실되고 말았습니다. 속초 시민들이 이번 산불 피해를 피하게 되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돌리는 시간에, 속초 인근에 있는 고성군 토성면 온정리, 성천리, 장천리, 인흥리, 용촌리 일대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재난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17.지난 금요일 저녁, 임시 당회를 소집하고 장로님들과 함께 우리가 지역사회를 어떻게 도우면 좋을까 생각을 모았습니다. 먼저 우리 교회 당회는 이번 산불로 교회가 불타 없어진 속초농아인 교회가 당분간 피해복구가 될 때까지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우리 교회가 돕기로 했습니다. 당장 이번주부터 우리 교회에서 같이 식사하고, 따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오후1시부터 쉐마홀을 내어 드리기로 했습니다. 우리 교회 성도님들이 속초농아인교회 성도 여러분들을 정말 따뜻하게 맞이해주시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18.또한 이번 주부터 다음주까지 우리 교회는 '긴급구호 이웃사랑헌금'을 하기로 했습니다. 현장을 가보니 우리가 봉사할 것이 없습니다. 전부 불에 타서 재 밖에 없습니다. 어떤 분들은 핸드폰 충전기도 없어서 빌려서 충전하고 계십니다. 또 어떤 분은 안경도 두고 나오셔서 불편해합니다. 이들의 필요를 채워드리도록 우리가 마음을 모으려 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가 이번 산불의 피해자가 될 뻔했습니다. 은혜를 입었다면, 마땅히 받은 바 은혜를 흘려 보낼 수 있어야 참다운 그리스도인 아니겠습니까? 상처입은 가정들, 지금 당장 힘들고 어려운 이웃을 우리가 도와야 합니다. 정부나 구호기관에서 하는 거창한 일은 우리가 하지 못하지만, 이 분들의 아픔을 함께 공감하며, 전심을 다해 도와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게 진짜 그리스도인 아니겠습니까? 교회 피해, 성도들의 피해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 모두를 품고,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의 동반자가 되는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긴급구호 참여방법 안내] 샬롬~ 속초중앙교회 강석훈목사입니다. 지난 4일(목) 밤에 시작된 속초 고성 산불 피해소식과 관련하여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아래를 참조하시면 관련 소식을 자세히 보실 수 있있습니다. (1)현재 피해를 입은 지역현장 및 속초농아인교회 사진 https://www.facebook.com/sukhoonkang21 (2)한국기독공보 자료 및 사진 (3)CBS 뉴스(속초농아인교회 및 피해교인 현장인터뷰)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79&aid=0003213080&sid1=001 현재 속초중앙교회에서는 주택이 전소된 가정들을 위해 긴급구호 이웃사랑헌금을 모금하고 있습니다. 아래 계좌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긴급구호계좌 : 신한은행 140-000-937815 (예금주 속초중앙교회) -입금시 예금주 이름과 함께 (구호)라고 표기해주시면 됩니다. -또한 속초농아인교회를 돕기 원하시면 (농아)라고 표기해주시면 됩니다. -입금 후 전화 또는 문의전화 : 033-633-0441 속초중앙교회 속초중앙교회 강석훈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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