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파 넘어 아름다운 연합, 재소자 회복 위해 한마음 섬김
[ 아름다운세상 ] 속초시기독교연합회, 한 영혼의 회복 위해 묵묵한 동행

예배에 참석한 재소자들.
【속초=최은숙 기자】 강원북부교도소 강당 안. 수의를 입은 재소자 20여 명이 줄지어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재소자들이 '스스로' 선택한 '예배'에 참석하는 날이다. 굳은 표정과 무거운 침묵이 강당을 메웠다. 숨소리마저 조심스러운 공간,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고 만다.
"처음이라 그래요. 지금은 눈도 마주치고 미소도 나눈답니다."
봉사자로 참여한 한 권사의 귀띔이다. 찬양이 시작되자 하나 둘 손뼉 소리가 더해졌다.
그 때, 한 청년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한 치의 미동도 없던 그는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찬양이 이어지자 애써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내 수줍은 미소와 함께 천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함께 동행한 봉사자들도 하나 둘 눈가를 훔쳤다.



재소자에게 온 감사 편지.
#
강원북부교도소에서는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재소자들을 위한 예배가 열린다. 사실 이 예배가 매주 어김없이 열리기까지는 속초시 지역교회의 오랜 눈물과 소리 없는 헌신이 있었다.
1982년 당시 속초에는 교도소가 없어 속초경찰서 내 '대용감방'(교정시설이 없는 지역에 미결 수용자를 수용하는 곳)이 운영됐다. 속초중앙교회(강석훈 목사 시무)는 매주 이곳을 찾아 예배를 인도했다. 무려 38년 동안 단 한 주도 거르지 않은 발걸음이었다.
그리고 2020년, 강원북부교도소가 정식 개청하면서 속초 교계의 교정선교도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초반에는 여러 교단과 단체가 저마다 교정선교 사역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과열 조심이 나타났다. 자칫 교계 내부의 분열과 주도권 다툼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교회들은 경쟁 대신 연합을 택했다. 개별 교회의 이름표를 내려놓고 속초 지역 70여 개 교회가 함께하는 연합사역의 틀을 마련한 것이다.
2021년 당시 속초시기독교연합회(회장:이종근)도 "세상에서 정말 소외된 분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감동"이라며 "교도소에서 복음을 전할 때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사명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하 속기연) 산하 교정위원회를 설립하고 사역의 창구를 일원화했다. 현재 속초중앙교회 강석훈 목사는 공동대표이자 상임총무로 사역을 기획 총괄하고, 류요셉 부목사가 실무 책임자로 매주 예배와 봉사 일정을 조율하며 현장을 이끌고 있다.

교도소 내 성탄트리 장식을 마친 봉사자들.

속기연은 교도관들을 위해 매달 '기독 신우회' 모임도 함께 지원한다. 현재 속초중앙교회가 중심이 돼 운영하고 있다.

속초중앙교회 강석훈 목사(우)와 류요셉 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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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구를 일원화한 것은 교단 간 과열 경쟁과 이단 유입을 막기 위한 결정이었다. 성경책과 큐티집 기증, 외부 집회 요청 등 모든 기독교 관련 활동은 교정위원회를 통해서만 이뤄진다. 속기연 소속 교회들은 매주 돌아가며 설교와 기도로 사역에 동참한다. 경비 역시 특정 교회가 전담하지 않고 연합회 지정 예산과 교회들의 자발적인 후원금으로 충당하며, 재정 집행 내역도 투명하게 공유한다.
연합의 목적은 오직 하나다. "갇힌 몸이지만 곧 우리 사회로 돌아올 이웃"이기 때문이다. 강석훈 목사는 "삶이 예배가 되고 예배가 삶이 되는 회복을 경험해, 죄값을 치르고 사회로 돌아갈 때 예수님과 동행하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교회의 연대는 타 종교와의 협력으로도 이어졌다. 기독교와 천주교, 불교 지도자들은 '교정위원회 종교분과 규약'을 제정하고 분기마다 정기 모임을 갖는다. "종교적 본질을 흐리는 경쟁을 지양하고 재소자의 온전한 사회 복귀를 돕는다"는 분명한 목적에서 출발했다. 이들은 간식과 위문품 수준을 서로 조율하고 연간 6대 절기 위문 행사를 나누어 책임진다. 교회는 부활절과 추수감사절을 맡아 위문품과 특식을 제공하고 있다.
류요셉 목사는 "성탄절에는 교도소 내 트리 장식을 교회가 정성껏 준비해 주는데, 직원들이 늘 깊은 감사를 전해온다"며 "교정선교뿐만 아니라 영적 스트레스와 갈등을 겪는 교도관들을 위해 매달 '기독 신우회' 모임도 함께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헌신을 인정받아 류 목사는 법무부 서울지방교정청장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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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봉사자들의 섬김도 변화의 밑거름이 됐다. 규정상 재소자들과 직접 접촉할 수 없는 봉사자들은 예배가 끝나면 재소자들이 앉았던 책상과 의자를 물티슈로 정성껏 닦는다.
"이 자리를 닦는 것처럼, 이들의 마음속 죄와 상처도 깨끗이 씻겨지게 하소서."
매주 이어지는 눈물의 기도는 차가운 교도소 바닥을 뜨겁게 달궜다. 묵묵히 허리를 숙여 책상을 닦는 봉사자들의 진심에 처음에는 만류하던 교도관들도 이제는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하고 있다.
예배당 안에도 따뜻한 변화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마스크를 쓴 채 팔짱을 끼고 차가운 눈빛으로 일관하던 재소자들이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한 재소자가 "교도소 안에서 드리는 예배가 큰 위로가 된다"며 "매주 수요일 예배 시간이 간절히 기다려진다"는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사역에 동참하고 있는 속초 교계 목회자들의 감회도 남다르다. 박영진 목사(속초순복음제일교회)는 "법적인 잣대로는 의인과 죄인을 나눌 수 있을지 몰라도 하나님 앞에서는 우리 모두가 죄인"이라며 "교파의 담을 넘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함께 선한 일에 연대할 수 있어 큰 기쁨이며, 앞으로 더 많은 교회가 이 연합에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종근 목사(대포교회)도 "세상에서 정말 소외된 분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감동"이라며 "교도소에서 복음을 전할 때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사명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류요셉 목사는 교정선교와 재소자 교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법무부 서울지방교정청장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
38년 전 유치장의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시작된 작은 예배가 오늘도 담장 안에 갇힌 이들에게 구원의 빛을 전하고 있다. 교회의 이름을 기꺼이 내려놓고 오직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하나 된 속초 교회들의 아름다운 연합은 오늘도 한 영혼의 온전한 회복과 새로운 삶을 위해 묵묵히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었다.
출처 : 한국기독공보(https://www.pckworld.com/article.php?aid=11159674657)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6년 07월 17일(금) 07:42
교파 넘어 아름다운 연합, 재소자 회복 위해 한마음 섬김
[ 아름다운세상 ] 속초시기독교연합회, 한 영혼의 회복 위해 묵묵한 동행
예배에 참석한 재소자들.
【속초=최은숙 기자】 강원북부교도소 강당 안. 수의를 입은 재소자 20여 명이 줄지어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재소자들이 '스스로' 선택한 '예배'에 참석하는 날이다. 굳은 표정과 무거운 침묵이 강당을 메웠다. 숨소리마저 조심스러운 공간,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해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고 만다.
"처음이라 그래요. 지금은 눈도 마주치고 미소도 나눈답니다."
봉사자로 참여한 한 권사의 귀띔이다. 찬양이 시작되자 하나 둘 손뼉 소리가 더해졌다.
그 때, 한 청년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한 치의 미동도 없던 그는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찬양이 이어지자 애써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내 수줍은 미소와 함께 천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함께 동행한 봉사자들도 하나 둘 눈가를 훔쳤다.
재소자에게 온 감사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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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북부교도소에서는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재소자들을 위한 예배가 열린다. 사실 이 예배가 매주 어김없이 열리기까지는 속초시 지역교회의 오랜 눈물과 소리 없는 헌신이 있었다.
1982년 당시 속초에는 교도소가 없어 속초경찰서 내 '대용감방'(교정시설이 없는 지역에 미결 수용자를 수용하는 곳)이 운영됐다. 속초중앙교회(강석훈 목사 시무)는 매주 이곳을 찾아 예배를 인도했다. 무려 38년 동안 단 한 주도 거르지 않은 발걸음이었다.
그리고 2020년, 강원북부교도소가 정식 개청하면서 속초 교계의 교정선교도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초반에는 여러 교단과 단체가 저마다 교정선교 사역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과열 조심이 나타났다. 자칫 교계 내부의 분열과 주도권 다툼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교회들은 경쟁 대신 연합을 택했다. 개별 교회의 이름표를 내려놓고 속초 지역 70여 개 교회가 함께하는 연합사역의 틀을 마련한 것이다.
2021년 당시 속초시기독교연합회(회장:이종근)도 "세상에서 정말 소외된 분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감동"이라며 "교도소에서 복음을 전할 때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사명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하 속기연) 산하 교정위원회를 설립하고 사역의 창구를 일원화했다. 현재 속초중앙교회 강석훈 목사는 공동대표이자 상임총무로 사역을 기획 총괄하고, 류요셉 부목사가 실무 책임자로 매주 예배와 봉사 일정을 조율하며 현장을 이끌고 있다.
교도소 내 성탄트리 장식을 마친 봉사자들.
속기연은 교도관들을 위해 매달 '기독 신우회' 모임도 함께 지원한다. 현재 속초중앙교회가 중심이 돼 운영하고 있다.
속초중앙교회 강석훈 목사(우)와 류요셉 부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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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구를 일원화한 것은 교단 간 과열 경쟁과 이단 유입을 막기 위한 결정이었다. 성경책과 큐티집 기증, 외부 집회 요청 등 모든 기독교 관련 활동은 교정위원회를 통해서만 이뤄진다. 속기연 소속 교회들은 매주 돌아가며 설교와 기도로 사역에 동참한다. 경비 역시 특정 교회가 전담하지 않고 연합회 지정 예산과 교회들의 자발적인 후원금으로 충당하며, 재정 집행 내역도 투명하게 공유한다.
연합의 목적은 오직 하나다. "갇힌 몸이지만 곧 우리 사회로 돌아올 이웃"이기 때문이다. 강석훈 목사는 "삶이 예배가 되고 예배가 삶이 되는 회복을 경험해, 죄값을 치르고 사회로 돌아갈 때 예수님과 동행하며 새로운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교회의 연대는 타 종교와의 협력으로도 이어졌다. 기독교와 천주교, 불교 지도자들은 '교정위원회 종교분과 규약'을 제정하고 분기마다 정기 모임을 갖는다. "종교적 본질을 흐리는 경쟁을 지양하고 재소자의 온전한 사회 복귀를 돕는다"는 분명한 목적에서 출발했다. 이들은 간식과 위문품 수준을 서로 조율하고 연간 6대 절기 위문 행사를 나누어 책임진다. 교회는 부활절과 추수감사절을 맡아 위문품과 특식을 제공하고 있다.
류요셉 목사는 "성탄절에는 교도소 내 트리 장식을 교회가 정성껏 준비해 주는데, 직원들이 늘 깊은 감사를 전해온다"며 "교정선교뿐만 아니라 영적 스트레스와 갈등을 겪는 교도관들을 위해 매달 '기독 신우회' 모임도 함께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헌신을 인정받아 류 목사는 법무부 서울지방교정청장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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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봉사자들의 섬김도 변화의 밑거름이 됐다. 규정상 재소자들과 직접 접촉할 수 없는 봉사자들은 예배가 끝나면 재소자들이 앉았던 책상과 의자를 물티슈로 정성껏 닦는다.
"이 자리를 닦는 것처럼, 이들의 마음속 죄와 상처도 깨끗이 씻겨지게 하소서."
매주 이어지는 눈물의 기도는 차가운 교도소 바닥을 뜨겁게 달궜다. 묵묵히 허리를 숙여 책상을 닦는 봉사자들의 진심에 처음에는 만류하던 교도관들도 이제는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하고 있다.
예배당 안에도 따뜻한 변화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마스크를 쓴 채 팔짱을 끼고 차가운 눈빛으로 일관하던 재소자들이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한 재소자가 "교도소 안에서 드리는 예배가 큰 위로가 된다"며 "매주 수요일 예배 시간이 간절히 기다려진다"는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사역에 동참하고 있는 속초 교계 목회자들의 감회도 남다르다. 박영진 목사(속초순복음제일교회)는 "법적인 잣대로는 의인과 죄인을 나눌 수 있을지 몰라도 하나님 앞에서는 우리 모두가 죄인"이라며 "교파의 담을 넘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함께 선한 일에 연대할 수 있어 큰 기쁨이며, 앞으로 더 많은 교회가 이 연합에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종근 목사(대포교회)도 "세상에서 정말 소외된 분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감동"이라며 "교도소에서 복음을 전할 때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사명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류요셉 목사는 교정선교와 재소자 교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법무부 서울지방교정청장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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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전 유치장의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시작된 작은 예배가 오늘도 담장 안에 갇힌 이들에게 구원의 빛을 전하고 있다. 교회의 이름을 기꺼이 내려놓고 오직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하나 된 속초 교회들의 아름다운 연합은 오늘도 한 영혼의 온전한 회복과 새로운 삶을 위해 묵묵히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었다.
출처 : 한국기독공보(https://www.pckworld.com/article.php?aid=11159674657)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6년 07월 17일(금) 0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