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WCC(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총회가 부산에서 열린 지도 10년이 다 돼 간다. 우리 교단은 아직도 WCC와 관련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혹자는 우리 교단을 가리켜 '동성애를 옹호하는 교단'이라고 하거나, '종교다원주의를 지지하는 교단'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지금에 와서 이야기지만 당시 WCC 총회와 관련해 교단 차원에서의 대응이 너무 안일하고 미숙했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당시 다수의 사람들이 WCC와 관련하여 신천지가 만든 영상을 가지고 우리 교단을 비난했다. 때문에 필자가 사역하는 울산 뿐 아니라 영남지역의 많은 본교단 교인들이 타 교단의 교회로 옮겨가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었다. 그리고 그 여진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18세기와 19세기는 자유주의신학이 유럽의 신학과 교회를 주도하고 있었다. 자유주의신학은 인간이나 세상이나 문화 속에 하나님의 신성이 존재하며, 따라서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 역사의 발전을 통한 유토피아의 세계 건설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렇게 주장했던 독일의 자유주의 신학자 93인이, 1914년 독일의 빌헬름 2세가 제1차 세계전쟁을 일으킬 때 전쟁이 기독교 문명 보호에 필요한 것으로 간주하며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도 그 전쟁의 중심에 기독교 국가들이 있었다. 이러한 두 번에 걸친 전쟁을 겪으면서 뜻있는 기독교 지도자들이 더 이상 인류에 이와 같은 비참한 일이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태동된 것이 WCC이다. 그러니까 WCC는, 초기 기독교 공의회가 추구했던 교리의 일치와 이단을 규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그런 단체가 아니다. 초기 기독교 공의회는 그 목적이 교회를 이단들로부터 보호하고 기독교 교리를 지키는데 있었다. 그리고 하나의 교회와 하나의 신앙고백이 가능했다. 그런데 오늘날 세계에는 하나의 교회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각양 상이한 신학과 신앙의 전통을 지니고 있는 많은 교파와 교단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교회와 신앙고백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WCC는 교리가 아니라 세계의 흩어진 모든 교회들이 에큐메니칼 운동을 통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가 겪고 있는 위기와 무질서에 대하여 교회가 노력하자는 목적에서, 194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1950년 '토론토 성명서'로 알려진 문서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즉 WCC는 결코 "단일교회도 아니고 결코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면서, "WCC의 회원이 된다고 해서 교회 일치와 본질에 관한 어떤 특정한 교리를 수용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 마디로 WCC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다양한 교파와 교단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교리를 떠나 보편적 인류 평화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역할을 위해 함께 노력해 보자는 것이다. 그러니까 WCC는 세계 복음화보다는 사회봉사에, 구원의 선포보다는 서로간의 대화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주의 교단에서는 WCC에는 신(新)신학자, 위기신학자, 사회복음주의자 등이 그 주요 인물이었다고 하면서 교리적인 문제를 가지고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WCC는 일치된 '교리'가 아니라 인류 평화를 위한 '대화'가 그 목적이다. 종교 간의 연합, 내지 각 교단들과의 연합은 오늘 우리 한국교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일제 강점기 때인 1919년 3·1운동이다. 3·1운동은 기독교와 불교, 천도교 등 여러 종교의 대표자들이 민족의 독립을 위한 비폭력 운동을 일으킨 거국적 사건이었다. 뿐만 아니라 현재도 기독교, 천주교, 불교, 천도교 등 7대종단대표자 회의가 있다. 이들은 교리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안녕을 위해 종교인들이 할 수 있는 올바른 역할을 감당해 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만약에 WCC가 문제가 된다면 과거 3·1운동을 비롯해 오늘의 각 종단대표자 모임도 문제가 된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각자 신앙과 교리는 묻어두고, 오직 국가의 평화를 위해 에큐메니칼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교단에서는 WCC의 정체성에 대해 분명히 알려줌으로써 이제는 더 이상 교회와 성도들이 WCC로 인해 흔들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목회자들도 이 부분에 있어서 보다 분명하게 교인들을 이해시켜야 할 것이라고 사료된다. 이재학 목사( 울산노회장, 울산온유교회) 날짜 : 2021년 08월 24일(화) 08:11 출처 : 한국기독공보 (http://www.pckworld.com/article.php?aid=9032023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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