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를 따뜻하게 맞아들이는 곳, 양양교회 【 양양=남기은 기자】 낯선 지역으로 이주한 성도들이 좋은 교회를 찾아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강원동노회 양양교회(정성훈 목사 시무)는 누구든 들를 수 있는 교회, 낯선 이를 환대하는 교회를 지향하며 지역으로 이주한 이들을 맞이하는 사역을 해나가고 있다. 강원 영동 지방에 위치한 양양군은 백두대간의 설악산과 동해바다에 인접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서핑 해변 13곳은 '서퍼들의 천국'으로 불리며, 관광객이 많아 '체류인구(주소지를 이전하지 않고 1박 이상 머무르며 소비생활을 하는 인구)' 비중은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성훈 위임목사는 9년 전 부임 초기부터 이주민을 환대하는 교회가 될 것을 강조했다. 종종 교회를 찾는 가나안 성도 한 명 한 명을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 목사는 "이제는 노방전도만 해서 교회로 인도하는 것은 어려운 시대"라며 "낯선 지역에 와 교회로 발걸음하는 성도들 한 영혼 한 영혼이 얼마나 귀한가, 진심을 다해 그들을 잘 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에는 이러한 목회 철학의 열매가 눈에 잘 보이지 않았다. 지역교회 특성상 외부인보다는 동네 토박이 교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지면서 이렇게 10년간 준비된 성도들의 마음가짐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가 개통되고 강원도 지역 관광이 활성화되면서 양양군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고, 자연스레 교회에 들르는 이들도 늘었다. 교회는 체계적으로 이들을 정착시키려 노력했다. 새가족 4주 교육을 마치면 구역으로 연결하고 여전도회와 남선교회에서 섬김으로 돌봤다. 이들은 낯선 지역에서 따뜻한 환대로 맞이하는 교인들의 모습에 마음을 열고 교회에 자연스레 합류했다. 이렇게 90% 이상의 새가족이 정착하기 시작했다. 젊은 시절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던 이들이 은퇴 이후 노년생활을 위해 양양군으로 이주해오면 양양교회에서는 이들이 교회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나눈다. 서울에서는 교회에서 은퇴할 나이지만 양양교회에서는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교회는 사역이 풍성해져 좋고 성도는 기쁜 마음으로 교회 사역을 할 수 있어 좋다. 대표적인 경우가 '실버찬양대'다. 주일 오후예배 찬양을 섬기는 실버찬양대는 60대, 70대 성도들로 구성돼 있다. 정 목사는 "노년의 성도들도 얼마든지 찬양팀을 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실버찬양대원들은 하나의 또래모임을 이루며 기쁨으로 교제하고 있다. 양양교회는 복음 전파에 있어서도 지역사회 환경을 고려해 효과적인 방향성을 고민해왔다. 양양군은 낙산사를 중심으로 불교가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해안지역이기에 전통적으로 무속신앙 등 토속신앙이 깊게 뿌리내린 지역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양교회는 '관계 중심 전도'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복음화율이 10% 미만인 영적으로 매우 척박한 지역 특성상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교회가 지역사회를 꾸준히 섬기며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교회 차원에서는 지역사회 40여 가정에 월1회 반찬을 만들어 배달하는 '긍휼사역', 학생 장학금을 지원하는 '장학사역' 등을 펼쳐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문화사역도 매우 활발히 진행됐다. 중창단, 워십팀, 기타팀 등을 통해 문화예술을 경험할 기회가 부족한 지역에서 음악적 경험의 시간을 마련하곤 했다. 양양군기독교연합회를 통해 지역사회 복음화에 힘쓰기도 한다. 양양군기독교연합회는 교단 경계를 넘어 지역 복음화를 위해 함께하는 연합회로 부활절연합예배나 찬양집회 등을 함께 준비하며 섬기고 있다. 지역 토박이 주민들과 도시에서 온 이주민 등 다양한 삶의 배경을 가진 이들이 하나될 수 있었던 이유는 양양교회가 '기본에 충실한 교회'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예배, 선교, 교제, 봉사를 통해 교회의 본질적 역할에 충실하고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섬기며 은혜로 하나되는 공동체를 만들어가자는 것이 양양교회가 지향하는 방향성이다. 정성훈 목사는 지난 시간을 '상황화(contextualization)' 과정으로 평가한다. 복음을 전하는 데 있어 기존에 고수하던 방식을 단순히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지역의 풍토를 이해하고, 이 지역의 주민들이 어떤 교회를 필요로 하는지 알아가는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정 목사는 많은 부침이 있던 9년여의 시간을 통해 '교인들이 원하는 건 기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다양하고 화려한 사역이 아니라 기본부터 착실히 쌓아 신앙의 내실을 다져야 성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역동적인 교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목사는 양양교회를 '따뜻한 성도들이 이루는 교회'라고 소개했다. 새로운 교인들과 교회 밖 지역사회에 인색하지 않고, 다음세대를 키워내고 목회자를 존중하며 서로를 돌보는 교인들의 신앙공동체라고 말했다. '우리 교회이기에 할 수 있는' 사역들을 고민하며 해내려고 애쓰는 양양교회는 지역사회의 필요를 채우며 복음을 전하는 '내실 있는 든든한 지역교회'가 되기를 꿈꾸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남기은 기자 nam@pckworld.com 2024년 06월 09일(일) 23:53 출처 : 한국기독공보(https://pckworld.com/article.php?aid=1026354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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